티스토리 뷰

일기

2018. 06. 17.

Rieno 2018. 6. 17. 01:55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눈팅벽은 잠시 인형에 정착했다. 그 직전엔 중국식 차제구 세트였다. 막상 사고 나니 설거지가 귀찮아 자주 안 마시는 바람에 차를 지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서 결국 한 세트에서 지름을 멈췄다. 둘 곳도 없. 집을 잠시 떠나오며 짐을 줄이고 줄였지만 이미 예전 살림 양은 가뿐히 넘긴 기분. 다구가 갖고 싶어지기 전엔 만년필이었는데 사파리 한 자루를 사고 나서 불가피하게 인터넷 쇼핑을 못하는 상황이 되니 귀신 같이 사그라들었다가 결국 슈트레제만을 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잉크와 종이가 갖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다 어찌저찌 다구를 거쳐서 인형으로 넘어왔다. 몹시 다행으로 매물이 없어 하루에 O번 정도 중고거래 게시판을 들어가고 구글링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데 또 막상 사려 들면 선뜻 사지지는 않을 것인데 어쨌든 부질없이 닳고 닳은 검색어를 두드리며 산다는 요즘.

 엠딩 스딩 디디를 빙글빙글 돌고 돌다가 눈길은 일단 디디에 멈추었다. 그 말랑한 손맛을 보고 나면 우레탄은 너무 무겁다. 대신 착색에 벌벌 떨게 되지만. 생각하니 아롱이 데리고 있던 시절엔 디디옷 파는 곳도 별로 없었다. dy바디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에 어울려줄 옷은 더더욱. 그래서 본의 아니게 되게 캐주얼한 아가씨인 채로 살았는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미카엘이 참 예뻤구나 싶다. 고릿적부터 영원한 위시였고 한 번 들이고 보내고 나서도 여전히 볼 때마다 예쁘구나 싶은 싱기방기한 헤드.

 

 

 해포 영화 시리즈를 다시 보고 있다. 글이 하도 안 써져서 그걸 보면 뭐가 좀 떠오를까 했는데 소비가 얼마나 안락하고 행복한 일이었는가만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몇 년 전 복습할 땐 불의 잔 막판에서 디고리 아저씨랑 같이 펑펑 울었었다. 책 읽으면서는 혼혈 왕자 마지막에 그랬고. 나이를 먹으면서 쌩뚱맞은 남의 일에도 잘 울게 되었는데 이번에 보면 어떨까. 일단 제...가... 마법사라구여??? 하는 다니엘은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귀여웠다. 너무 귀여워서 막 막 막 안 본 뇌를 사고 싶다. 해포 처음 읽던 시절엔 상대적 머글이었다. 어리둥절 흘러간 몇 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더 덕질을 하고 더 인생을 말아먹었어야 하는데! (하지만 뒤늦은 덕질도 충분히 인생을 말아먹었다. 레알) 여하튼 해리는 정말 짠하고 멋있고 기특하고 이쁘고 위대해서 마법 세계가 향후 OOO년 동안 해리 덕질만 한다고 해도 이해한다. 곁다리로 찌질거리는 론은 지금 보니 더더욱 찌질해서 뒷통수 때려 기절시켜서 우리 집에 데려다 놓으면 좋을 듯 '-^

 

 

 사이먼&가펑클 노래를 달리던 와중에 미국에 또 가고 싶어졌다. 어디가 제일 좋았냐면 세포...라...가 아니라 다 좋았다. 아 여긴 괜히 왔네 다신 안 가야지 라고 굳이 생각한 곳 없이 다 좋았다. 길에 버린 수천 마일도. 어쩌면 그 수천 마일이야말로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옆으로도 위로도 열심히 달렸다. 내가 달린 건 아니지만. 국제면허 가져갈걸 그랬다.

 그랜드캐년 가는 길이었던가 고도 5천 피트 표지판 사진을 못 찍은 건 두고두고 한이 됐다.

 비수기의 유니버셜은 몹시 한적해서 패스를 끊었으면 몹시 억울했을 것이다. 하나 빼고 전부 탔다. 해포는 물론 두 번 탔다. 세 번 타고 싶었지만 같이 간 사람이 싫어할 것 같았다.

 사진도 정리할 겸 여행 후기를 한 번 적어야지 싶은데 게을러서 미루다 몇 달이 지났다.

 

 다음 여행은 프랑스로 가고 싶다. 어제까지는 꿋꿋하게 일본이었는데 오늘 택배 찾으러 가다가 문득 발자크 생가가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여행을 다니면 뭣도 없는 곳이 항상 기억에 남는다. 뭣도 아니라기엔 좀 심한가... 그 프랑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발자크 생가랑 프낙이랑 스위스 가보자고(말도 안 됨) 무작정 걷던 동프랑스 시골길이었다.

 환상적으로 요상하던 구내식당 볶음밥도 있었지. 도대체 왜 쌀로 샐러드를 만드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다.

 

 

 손 풀러 왔는데 잡담이 넘나 긴 것 -_ㅜ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