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BGM이 필요해.
단편 같은 거 쓸 땐 한 곡만 계속 듣는 버릇이랄까,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니 버릇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하면 좀 더 잘 써지는 것 같다는 마음이 있다.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쓰려고 했는지 계속 상기하게 되기 때문에. 처음 그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건 옭님께 드릴 앨리스 단편을 쓸 때였다. 그런데 최근에 그 글을 어떻게 좀 살려보려고 파일을 열었다가 그냥 닫았다. 총체적 난국...까지는 아니었고(메인 커플이랑 몇몇 설정은 마음에 들었으니까) 단지 그걸 지금의 내 취향에 맞게 담백하게 뜯어 고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2008년에 한창 모 장르 소설을 쓸 땐 위엄 돋는 전대물도 즐겨 쓰고 낯간지러운 대사도 서슴 없이 쓰곤 했는데 지금 읽으면 뭐 딱히 불편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냥 '아, 지금은 도저히 이렇게 못 써'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내가 쓴 글은 맞는데 도저히 저런 대사가 튀어나오게끔 작동한 내 뇌의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가 없다. 아마 전대물 특유의 분위기가, 현실 기반이라면 쓸 수 없었던 대사들도 좀 더 쉽게 쓸 수 있게 해줬던 것이겠지. 그런데 왜 판타지 창작물을 쓸 땐 그게 안 되니?
여하튼 멋있는 BGM 구합니다.
뭐 새로울 것도 없이 DR 하나, RR 하나, XZ 하나를 끄적거리고 있는데(빤한 커플링 약자) BGM이 정해진 건 RR 뿐인데 정작 이 쪽은 스토리가 막혔고 깔짝깔짝 반짝거리고 있는 DR과 XZ는 BGM을 정하지 못했다는 캐황당한 이유로 잠시 방치되어 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내가 쓰는 건 글인데 음악이 없으면 안 된다니.
생각을 해 보면 아마 몇 주 전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집 바로 옆의 공사장 소음 때문인 듯하다.
본래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하기도 하고, 특히 공사 소음은 진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독서실로 도피를 하게 되는데 독서실에서는 왠지 글이 안 써져... 너무 엄숙하고 신성하다고. 그냥 닥치고 책이나 읽으세염 R님.
꿀꿀하면서도 롹 스피릿이 있고 클라이막스가 쥑여주는 외쿡 노래를 찾아달라는 몹시 까다로운 부탁을 받은 W님은 아마 노래를 찾아주지 않으시겠지...
오랜만에 일기를 쓰는 것 같은데 걍 멍하다. 좀 일기다운 근황 없나... 아, 귀찌를 샀다. 귀를 2번이나 뚫고 2번 모두 헛돈을 쓴 게 된 대업적을 이루고서 깨달은 교훈은 고작 '아 다시는 귀 뚫지 말아야지'라니. 그리고 내가 귀를 포기한 것인지 귀가 나를 포기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약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G님의 인도하심으로 귀찌를 지르게 되었다. 찰칵 하고 귀찌가 맞물릴 때의 그 긴장감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했고, 제법 귀걸이답게 걸려 있는 G님의 귀찌와는 달리 내 귀찌는 몹시 어색한 방향으로 매달리기 일쑤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커플링 이외의 액세서리를 하게 되니 아, 나의 성 염색체가 XX이긴(욕 같다) 했었구나 싶었다...는 건 물론 쿠사마 사카에 씨의 9월 신간을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깨닫고 있었던 바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