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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5. 05. 17.

Rieno 2015. 5. 17. 09:34

  

  졸려서 길게는 못 쓰겠는데 그러면 애시당초 글쓰기를 안 누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마는 졸리다는 핑계로 언제든지 쓰다 말고 갈 수 있으니 그것대로 이득인겨. 

  +) 근데 이 포스트 4시에 쓰기 시작해서 9시 반에 끝이 났다구. 9시 반에. 젠젠 노이득.

  ++) 게다가 카테고리는 일기인데 일기도 없엉.

 

 

 

 

 

  다신 안 해야겠다고 말한 게 바로 지난번 글이지만 또 무려 2년 전의 글이기도 하니까 뭐가 뭔지 에라 모르겠다 어쨌든 달려보자 feat. 랜덤 재생.

 

 

 

  ㄱ. 아무런 전조도 없이, 어디에선가 폭발음이 들렸다. 두 번, 세 번. B는 못 박힌 채 우뚝 섰다가, 급히 패드를 집어 들었다. "방금 그 소리 들었어?" 조종실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수석 간호사의 목소리는 액정 너머에서 끝을 맺지 못했다. 쾅. 훨씬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났다. 문자 그대로 고막을 찢어발기는 폭음이었다. 귓바퀴를 막았다 뗀 손바닥에 점점이 피가 묻었다. 조금 전 그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문짝은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구르다 책상과 함께 뒤엉켜 개인실 구석으로 처박혔다. 몹시 비현실적인, 그러나 귀울음 너머 아득하게 들려오는 비명들보다 현실적인 그 광경이 B를 움직이게 했다. 빌어먹을. 목구멍에서 욕지거리와 함께 쇳내가 솟아올랐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중얼거림은 신음이었다. 사흘 후면 탐사가 끝난다. 전역 신청서는 제출될 때의 우여곡절이 무색하리만치 깔끔하게 수리되었다. 고향인 조지아에 작은 집도 사두었다. 대부분 아파트를 추천했지만 한 번쯤은, 20세기적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돌아가는 길은 순항이었다.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 갑작스럽게 닥쳐온 재난의 무게에 짓눌려 B는 휘청거렸다. 기울어진 복도는 연기로 가득했다. 그을리고 찢어발겨진 파편들을 헤치다 갑작스레, 시야가 환해졌다. 작렬하는 빛을 등지어 흡사 성스러운 존재처럼 우뚝 선 그림자의 주인을 인지한 순간 B는 어마어마한 안도감에 흽싸였다."맙소사! 너 괜찮아?" 그러나 다음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이 갈퀴처럼 등골을 훑어 내렸다. 상처 하나 없이, K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B."

Baptized (Daughtry)

  

  

  ㄴ. 줄에 걸린 빨래가 바람에 나부꼈다. "봐, 모래바람이 불잖아." V는 혀를 찼다. "보험 아가씨가 슬퍼하겠네. 모처럼 수고해줬는데." 중얼거리며 시트를 걷는 V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W는 불쑥 내뱉었다. "좋은 아내가 될 거야." 요령이 좋은 손끝에서 금세 둘둘 말린 시트가 휙 하고 날아왔다. W는 깜짝 놀라 허둥거렸다. 아슬아슬하게 시트를 모랫바닥에 처박히지 않게 하는 대신 그의 입에 물려있던 시가가 희생되었다. 시트를 차마 태울 수 없었던 탓이다. "누가?" "너 말야." "뭐?! 내가 아내가 되는 거야?" "그 말이 아니잖아!" 왜인지 모르게 바락바락 성질을 내는 W와 달리 V는 태연했다. "난 또. 놀랐잖아. 물론 너도 빨래 하난 잘 하지. 고아원에 있을 때 제일 싫은 녀석이 오줌싸개였다고 그랬잖아." "...말을 말자." 왜? 라고, 지극히 무고한 표정으로 묻는 얼굴에 대고 W는 시트를 도로 집어 던졌다. 투덜거리며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를 어느 낯으로 대해야 할지 정말로 몰랐기 때문에. 비록 잠잠해졌다 해도, 그래서 할 일이 없어진 보험사 직원들이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가끔 들르지만 쿰쿰한 오두막을 그나마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더라도, 그는 여전히 인간 태풍이었다. 다른 의미에서.

Last Man Standing (Bon Jovi)

 

 

  ㄷ. 오두막 안에는 켜켜이 먼지가 쌓여 있었다. 먼지 위로 발자국이 찍히고, 다시 그 위를 먼지가 덮은 흔적을 흘깃 본 후 R은 눈을 감고 숨을 깊숙하게 들이켰다. 텁텁하고 매캐한 냄새들 속에서 투구꽃 향이 희미하게 났다. 그 날 밤, 피로 범벅이 된 골목길 안에서 맡았던 향과 같았다. R을 그 자리에 우뚝 서게 한 것은 온전히 기쁨만은 아니었다. 모든 일이 자신이 짐작했던 바대로라는 사실이 도리어 그를 갈림길 앞에 데려다 놓았던 것이다. "주인도 늑대도 될 수 없다라. 집개였군 그래." 목소리는 문가에서 들려왔다. 층층이 겹쳐진 기억들과 함께, 적건포도 럼의 맛이 혀끝에 떠올랐다. R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럴 틈은 더더욱 없었다. 성큼 지척에 다가선 F의 숨결이 닿을 적마다 목덜미가 따끔거렸다.

A Furrow Dub (Sugar Plant / Boogiepop Phantom)

 

 

  ㄹ. "그럼, 빙수 만들어 주세요!"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대고 면박을 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싶었다. T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R도 알았고, R이 알 것이라는 것을 T도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러니까 미간을 구긴 채 한숨을 내쉬면서도, 허리춤에 찼던 칼을 휘휘 내두르자 금세 그릇에 수북하게 간 얼음이 쌓이는 광경에 부러 과장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R을 앞에 두게 되면 눈썹은 찡그리고 입은 미미하게 올라간 기묘한 표정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었는데-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신접살림?" "전혀 아니거든." -물론 그 얼굴은 좀처럼 오래갈 줄을 몰랐다. "그래도 좋잖아요. 한 번쯤은 이런 것도."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T의 머리카락이 하느작거리는 것을, R은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물끄러미 보다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네 잘못이 아냐."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피냄새가 났다. 어쩌면 자신에게서 나는 것이었을까. 분간하기 어려웠다. 전신을 엄습하는 고통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제 것이 아닌 양 느껴지는 것처럼. 제 눈 앞에 펼쳐진 평온한 일상이야말로 현실인 양 느껴지는 것처럼. T는 눈을 감았다. "그래, 한 번쯤은." "...그래요." 왜냐면, 이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요. 웃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얼굴은. 마주 웃으려 했다. 허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오로지 처절한 비명 뿐이었다.

Endless History (j.d.k. / Ys: the Morning Grow)

 

 

  ㅁ. "미안하다고 말하면, 용서해 주겠어?" G가 태어나서 들어본 가장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그 감상이 G의 표정에도 고스란히 나타나자 T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곤란하게 됐군." "네 놈의 사과를 내가 거절해서? 그럴 양심이 있다면 애초부터 배신하지 않았을 텐데?" "옳은 말이야." 그 말도 어처구니없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최소한 T답기는 했다. G 자신이 잘 알았고, 함께했으며, 배신당하도록 만들었고, 증오하는.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몇 가지 재주를 배웠지. 이럴 때 써먹기 좋을 거야. 한 번도 이런 방식으로 써본 적은 없지만." "네 그 카드놀음과 비슷한 건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의중을 읽을 수 없는 태평한 얼굴은 G가 가장 싫어하는 T의 얼굴이었다. T 자신은 직업병이라고 불렀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불쾌해지는 것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기에, G는 당장 눈 앞을 둘러싼 적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모자랄 것이 분명한 산탄의 궤적을 머릿속으로 그리려는 순간, T의 말이 다시 그의 주의를 흩트렸다. "아무래도 넌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제기랄, 좀 닥치고-" G는 말을 잇지 못했다. 꽃잎처럼 흩날리며, 수많은 낱낱의 카드가 기둥처럼 그를 감쌌다. 붉고 푸른 형형색색의 문양들이 시야에서 어지러이 춤을 추었고, 어느 틈엔가 발밑에 그려진 이상한 무늬가 번뜩였다. "도대체 무슨...!" 그 또한 차마 이어지지 못했다. "이젠 돌아갈 수 없잖나, 친애하는 말콤."

Fallen (Imagine Dragons)

 

 

  ㅂ. 배반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으랴마는, L은 처음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반하도록 만드는 것이 비교도 안 될 만큼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그 일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쉽게 이루어졌다는 것이 약간 맥이 빠지기는 했다. 물론, 그의 의붓형이 이따금 자신의 예상 밖에서 사고하고 행동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했다. "오, T.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멋진 모습인데." 퍽 순화된 표현이었다. 실로 절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제가 동료라고 믿었고, 저를 동료라고 믿었던 이들의 피를 온 몸에 뒤집어쓴 채, 죽음과도 같은 절망에 다다른 별을 딛고 선 T의 전신이야말로.

Wish I Had an Angel (Nightwish)

 

 

  ㅅ. "타겟 확인했어." 조심해, Z. 수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달리 근심이 담겨 있어, Z는 못마땅한 듯 가볍게 혀를 찼다. 곤란해하는 날숨의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Z는 조준경에 눈을 갖다댔다. 정말로 거슬리는 것은 타겟이 아니라 그녀의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보라색 눈을 가진 남자였다. 그가 가족에게 생긴 문제 때문에 급하게 자리를 비운 대신 여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우락부락한 덩치들은 Z에게는 하등 위협도 걸림돌도 되지 못했다. 그 점이 역설적으로 Z의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었지만, 다시 없을 호재라며 등을 떠미는 통에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난 기척에 놀라지도 불쾌하지도 않았던 것은. "처음 뵙는군요. Z. 이렇게 부르면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Z는 라이플에서 몸을 떨어뜨리며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피차 아는 마당에 점잔 뺄 필요는 없지, X." 미간을 겨눈 총구보다 이름을 불렸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는 듯, 남자는 웃었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전 가족 같은 거 없거든요." 그러시겠지. Z는 어깨를 으쓱했다. 전신이 긴장으로 팽팽해져 있어야 할 상황인데도, 어쩐지 그런 쓸데없는 몸짓을 참을 수가 없었다. X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런데 하나쯤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어떤 건지도 잘 모르지만. 뭐 대충 짐작은 가니까." 태평하게까지 들리는 점잖은 말투와 달리, 그 눈 속을 스쳐가는 광기를 Z는 놓치지 않았다. 그 역시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존재였다.

Pourtant (Vanessa Paradis)

 

 

  ㅇ. 창가에 놓인 꽃병은 텅 비어 있었다. 병실로 들어선 H가 침대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도 R은 여전히 창문에 반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R." 부르고 나서야 눈꺼풀이 천천히 움직였다. "왔구나, H." "몸은 좀 어떠세요?" R은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다는 대답도, 괜찮지 않다는 대답도 H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런 뜻이었으리라. H는 저 역시 얼마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애써 부정하지는 않았다. 제 아버지가 속한 치정 사건에서 그는 굳이 따지자면 국외자였지만, H는 그렇게까지 R을 배제하려드는 대신 방관자 정도의 위치에 머물도록 만들었다. 주말마다 그의 병실에 들르고, 병실의 꽃병에 꽃을 꽂아두는 것으로써. 하여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한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누군가와, 그와 함께 떨어져 나간 자신 안의, 애정과 안락과 긍지 같은 이름을 붙일 수있는 무언가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Pardonné (Kyo)

 

 

  ㅈ_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다시는 정말로 하지 않을 테다 라고 쓰고 또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마는 어쨌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이쯤 돼서까지 이걸 굳이 이니셜로 쓰는 이유는 퀴즈가 아니라 검방일 것 같은 기분;

    (어차피 공개하면 부질없어진다는 것이...)

 

  ++ 뭘 썼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나는 지난번 조각글 커플링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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