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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더럽게 맛이 없어서 자음 처리.
싼 맛에 한 캔 샀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화수분. 일 년 가량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묘한 건 이 맛없음이야말로 커피를 커피답게 만든다는 거지. 그니까 난 커피 카페인을 아무리 마셔도 각성이 안 되는데 이 커피는 너무 맛이 없어서 잠을 깨운다. 찌이이ㅣㅣㅣ인하게 타서 벌컥벌컥 마시면 핫여섯이 필요 읍써여.
부작용은 맛없음으로 인한 뇌활동 의욕 저하.
개봉 다음날엔가 다다음날엔가 극장에 가서 에바Q를 보고, 그 다음 주에 또 극장에 가서 강철남자3을 봤다. 일주일에 극장을 두 번이나 가다니 인생에 다시 없을 진기록! 은 옛날에 반지 원정대 개봉했을 때 극장 세 번 간 거 제외하고.
어쨌든 요즘은 덕질 인생 최초로 트렌디한 덕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논 쓰는 건 만날 그게 그거지만. 오랜만에 순수한 소비자로 돌아간 듯한 이 후련찝찝함.
진격 오프닝 처음 들었을 땐 야 이거 진짜 개구리. 였는데 듣다 보니 적응이 된 건지 애니가 좋아서 노래가 보정을 받은 건지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도입부가 독일어라 다행이다. 발음이 어려워서 부를 수가 없으니까. 일코를 돕는 조흔 가사. 학점 채우려고 독일어 교양 강의도 들었었는데 기억 나는 건... 아무 것도 없엉. 아베체데?! 그보다 고등학교 때 이과 제2외가 독어라는 걸 짱짱 부러워하며 이과반 친구에게 만화책을 들고 갔더니 친절하게 읽어줬던 다스 몬스트룸 인 마이넴 요런 게. 중등교육의 효과가 의외로 훌륭하다? 높으신 분들은 공교육에 힘을 좀 더 써주셔야 할 듯. 왜 얘기가 여기로 왔나. 아, 진격 얘길 하고 있었나부다.
어쩌다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됐는지 모르겠지만(나름대로 잔인하기도 한데) 나도 PV 나왔을 때부터 W님 멱살 짤짤 잡아 흔들면서 4월이 언제 오는데!!! 를 절규처럼 반복하긴 했었구나.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 주말에 한 회를 보고 나면 왜 갈수록 짧아지냐고 지랄발광을 하긴 하지만 그거야 뭐 그렇다 치고 이걸 좀 더 파볼까 싶다가 날 멈칫하게 한 건 꽤 오래 전에 동생과 나눈 짧은 덕톡 때문이었다.
보던 만화 하나를 접었다는데 그 이유인즉 조연에 엑스트라까지 일일이 정을 주다 보니 하나씩 죽어갈 때마다 너무 괴로워서 계속 볼 수가 없었단다. 작가가 정을 줄 수밖에 없게 그린단 항변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가 안 갔는데 내가 이 만화를 보다 보니 알 듯 말 듯해, 그 심정을.
드물게 주인공이 마음에 든 만화니까 주인공 덕질을 하면 되겠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거라 곁다리로 눈이 자꾸 가는 데다가 주인공이라고 안 죽으라는 법 있나여? 없져. 아, 하긴 나 레리무 파는구나. 그래도 2차 창작은 2차 창작이고 원작 보면서 부서진 쿠크다스는 절대 주워 붙일 수가 없는겨. 롤링 진짜... 후. 그래서 난 아직까지 ㅈㅇㄹ이라든지 ㄹㅂㅎㅈ 같은 진격 커플들을 눈팅만 하고 감히 연성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진짜로 죽을 거 같단 말이야 ㅆ;; 그것도 꼭 리무스 죽는 것처럼 말 한 마디, 묘사 한 번 없이 어느 틈엔가 훅) 그렇게 소심해서 진격도 못 파면서 도대체 왜 에바를 정주행하고 있는 거예여 R님? 정신적 피학주의자인가? 레알?
Q 보면서 잠시 현실을 잊었었는데 구판 다시 보니까 도로 슬퍼졌다. 내 아스카한테 왜 이러냐. 내 아스카... 똥 같은 EoE... 에이씨 커피나 한 잔 더 타와야지 안 되겠어.
오랜만에 손 풀려고 쓰려고 글쓰기 눌렀는데 일기가 뭐 이리 길어졌나 싶지만 조각글 따로 빼기엔 뻘쭘하니 걍 묻어서 써야지.
오늘의 조각글 퀴즈 테마는 ① (내 무덤 내가 파는) 플레이리스트 랜덤 재생 ② 현대물 AU.
퀴즈라고 하기에도 뻘쭘하네여 만날 갸들이 갸들이라...
ㄱ.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잡동사니들로 꽉 찬 지저분한 아파트 복도에 기대어 선 채 허여멀건한 하늘을 바라보던 R은 제 등 뒤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미안해, R." 구름이 느릿느릿 흘렀다. 침묵이 함께 흐른 것은 제법 긴 시간 동안이었다. R은 물고 있던 담배를 난간에 비벼 끈 후 무심히 입을 열었다. "뭐가 미안한데?" "치열하지 못해서." "그걸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바라 본 D의 얼굴은 여느 때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나 단정한 표피 아래에서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R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괜찮아. 사람에겐 누구나 맞는 삶의 방식이 있는 거잖아." "하지만 넌 그것 때문에." 헤어지자고 하는 거잖아. R은 D가 하지 않은 뒷말을 짐작했다. 그는 짤막한 날숨을 쉰 후 담배 한 개피를 더 꺼냈다. 그러나 불을 붙이기도 전에 뒤에서 자신을 끌어당긴 힘에 의해 R은 어어 하며 집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눈앞에서 쾅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D!" "넌 항상 네가 하고 싶은 말만 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R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맞닿은, 아니 부딪쳐왔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D의 입술은 드물게 바싹 말라 있었다.
- Have a Nice Day (Bon Jovi)
ㄴ. "역시 죽여버려야 했어." 그 얼토당토않은 광경을 지켜보며 옆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N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삼척장검을 총보다 더 잘 다뤘던 그녀는 한때 그들의 보스였다. N 자신이 그녀의 머리통을 내리쳐 박살내버리기 전까지는. 쿠데타가 성공하기 전에도, 아니 그럴 마음조차 없었을 때에도 N은 그녀를 한 번도 보스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머리에서 피를 쏟아내는 반 시체 상태의 그녀를 뒷골목에 버리고 돌아설 적에, 그는 차마 백치가 된 N이 다른 이도 아닌 적대조직 보스의 손에 아이처럼 매달려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못 했더랬다. N을 더 당혹스럽고 분노케 한 것은, 작금의 그 어떠한 상황도 N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 순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자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N은, 검은 리무진에 올라타는 희고 가는 뒷모습을 향해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N──!"
- Call Your Name (Daughtry)
ㄷ. 모닥불의 불꽃이 밤하늘을 집어삼킬 기세로 솟구쳐올랐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미리 나누어 주어진 백지와 연필을 한 손에 쥔 채, J는 타오르는 불꽃에 멀거니 눈길을 주고만 있었다. 불꽃이었을까? 실은,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불꽃인지 그 너머에 있는 신입생 동기 E의 얼굴인지 알 수가 없었다........으어아어아아아아 이 노래는 도저히 못 쓰겠다;;;;;;;;
- Shakunetsunokoi (Slayers EX)
ㄹ. "우리 전에 어디서 만난 적이 없던가요?" 그것은 X 자신의 귀에도 씨알도 안 먹힐 흔해 빠진 작업 멘트처럼 들렸다. 과연 남자는 걸음 한 번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힐끗 쳐다보는 짧은 순간에, 희푸른 눈동자가 마치 살촉처럼 날아들었다. 머리인지 심장인지 모를 곳에 박혀든 이물감을 구태여 없앨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채, X는 서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남자의 뒤를 잽싸게 따라 붙었고, 이내 나란히 섰다. "...미팅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물어오는 남자의 와이셔츠에 고정된 장식 없는 넥타이핀에 X의 눈길이 가 닿았다. 조금 전 견적서 너머로 보았을 때보다 약간 흐트러진 상태였다. 그 모양새를 마저 흐트러뜨리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X는 짐짓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Z." 과연, Z의 걸음이 뚝 멈추었다.
- Pale Blue Eyes (The Velvet Underground)
ㅁ.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고... T는 슬쩍 옆을 쳐다보았다. 아니다다를까 L은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이도 저도 아닌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의식, 서약, 영원. 그와 같은 단어들에 대해 L이 부여하는 의미를 T는 알고 있었다. 가장 친애하는 벗들의 맺어짐이라고 해서 달리 생각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지루한 듯 두어 차례 들썩이는 L을 바라보며 T는 피식 웃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에도 마이크에서는 여전히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T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L은 덤덤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청야(聽野)가 하얗게 흐려졌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신부는... 맹세합니까? 제가 언제 무어라 말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L을 멍하니 쳐다보다 T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오직 L만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L은 속삭이듯 소리내어 웃었다.
- I Do (Michael Learns to Rock)
ㅂ. 제 발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꼭 표류하다 다다른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채 떨치지 못한 세사의 번뇌는 을씨년한 초가을 장마구름과 나란하게 S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들은 끝내 자신의 거취를 찾아낼 것이었다. S는 발고자의 말로를 알고 있었다. 숨을 죽인 채 바쳐 온 기나긴 시간들의 마침표를 눈 앞에 두고서, 그제야 S는 턱없이 늦은 의문을 품었다. 지금까지 제가 달려온 것이 무엇을 위해서였던가를. 모두에게 옳은 것이 과연 자신에게도 옳았었는가를. "이제 바닷바람이 제법 차지 않나요." 등 뒤에서 말을 건넨 남자는 S의 옆에 나란히 걸터 앉았다. 방파제를 향해 솟구친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발끝을 스쳤다.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운 얼굴을 가진 남자의 이름은 R이었다. R은 스스로를 이름 없는 작가라고 했다. 그 역시 S와 마찬가지로, 고향도 무엇도 아닌 낯설고 구석진 바닷가에 제 몸뚱이를 의탁한 채 표표히 살아가고 있었다.
- The Islander (Nightwish)
ㅅ. 형의 곁을 통해서가 아니었다면 평생 그를 알지 못했을까. R은 못내 한스러웠다. 마음 어딘가가 닳아버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왜냐하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지류처럼 갈라져 나온 인연의 원류에 대해 껄끄러운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슴푸레한 바의 조명 아래에서 낯익은 옆얼굴을 발견하기 전까지 R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명이 비춘 정수리는 파르스름했지만 부드럽게 귀를 덮은 머리카락은 분명 연갈색이었다. R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볐다. R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비어 있는 자리에 와서 앉는 남자가 전연 모르는, 그러니까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R에게도 역시 낯선 남자라는 것을 R의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알아차린 순간, R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Un Geste de Vous (Le Roi Soleil 中)
+ 후기 : 다신 이 짓 하지 말아야겠다.
++ 뒤늦은 지난 번 이니셜 조각글의 정답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