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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푹 빠졌던 드라마 '다크 엔젤'에서 살짝 따 와서 로키토르 AU를 짰는데 스케일이 너무 커서 완성을 못 할 것 같다. 이 드라마 볼 때 마이클 웨덜리(의 캐릭터)가 무지 좋았는데 나중에 NCIS 보면서 가가 가가?! 하고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캐릭터가... 너무 달라... 근데 둘 다 좋아. 요즘은 지바가 더 좋아. 제일 좋은 건 박사님이염. 보스도 좋지마는. NCIS 얘길 시작하면 끝이 없겠징.
다크 엔젤이 모티브가 되긴 했는데 쓰다 보니 그냥 흔한 초능력자물.
여하튼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는데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덜컥 연재 시작했다가 (또!) 연중이 될 듯하니 띄엄띄엄 풀어라도 놔야겠다. 이래 놓으면 혹시 쓸 지도 모르니까..... 아니 애초에 뭐 이런 걸 쓰겠다고 시작을 해서;
ㄱ. 로키는 품 안의 토르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미동도 없었다. 그가 깨어 있지 않은 한, 로키로 하여금 살아 있는 사람을 향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로키는 심호흡을 한 후, 달려오는 추적자 무리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ㄴ. "내가 혼자라고 누가 그래?" 지잉. 사위가 울렸다. 로키는 아차 싶었다. 프레이! 눈 앞의 프레이야가 일렁거렸다. 로키는 들고 있던 칼을 빠르게 한 쪽 팔에 갖다 댔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팔을 칼로 긋기 직전에 프레이야가, 토르의 모습으로 변한 프레이야가, 토르가. 토르가 한 손으로 로키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ㄷ. 토르는 움켜쥔 금색 실을 힘껏 잡아당겼다. 보통의 힘으로는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 '힘'을 쓴다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것보다 로키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듯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제가 떠올린 바로 그 이름을 시프가 내뱉은 것은. "넌 로키에게 속은 거야, 토르."
ㄹ. "저 형씨 힘깨나 쓰게 생겼는데." 스림은 주먹을 꺾어 우두둑 소리를 냈다. "나도 힘 좀 쓴단 소린 많이 들었지." 토르는 왠지 모르게 그를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스림이 평소 토르의 힘을 사뭇 의식해 왔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토르가 그를 말리는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 터였다. 토르는 무어라 말하는 대신 옆으로 비켜서며 조용히 아랫배에 힘을 끌어 모았다. 정체불명의 거한은 스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토르에게 고정시킨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두 사람 쪽을 향해 걸어왔다. "이봐, 형씨."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스림이 그의 어깨에 손을 댔을 때, 아니, 실은 대기나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앞으로 뻗은 스림의 손을 낚아챈 거한은 순식간에 그를 둘러메쳤다. 쿵. 커다란 소리가 났다. 스림은 등의 아픔도 잊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거한을 올려다보았다.
ㅁ. 호리호리한 남자는 로키만큼이나 날카로운 눈매를 갖고 있었다. 한동안 물끄러미 자신을 보며 서 있던 그가 등 뒤로 손을 뻗어 허우적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했을 때, 로키는 순간적으로 그 동작의 의미를 깨달았다. "빌어먹을!" 남자가 보이지 않는 활의 시위를 튕긴 순간, 로키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귓전을 스치고 간 바람이 벽에 닿았다. 쾅.
ㅂ. 로키! 토르는 당혹스러움에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분명히 입 밖으로 내어 불렀는데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브라기는 빙그레 웃었다. "오랜만이야, 토르."
ㅅ. 불현듯 어떤 예감이 로키로 하여금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게 만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로키의 소맷자락에 닿는 순간 예감은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살짝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소매는 빠르게 해어지더니 순식간에 부스러져 먼지가 되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로키는 여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둔."
ㅇ. "우린 결혼했어." 토르와 로키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나는 수줍게 웃었다. 그러자 바람도 없는데 나뭇가지들이 일제히, 너울너울 부드럽게 흔들렸다. 발더는 난나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너희들도 무사한 걸 보니 기뻐.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 행복이라니. 로키는 속으로 비죽이 웃었다. 그러나 토르가 몹시 감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별다른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다. 돌아오는 길 내내 토르는 발더가 선물한 동그란 유리구슬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구슬 안에서는 은은한 미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로키는 그것이 또 다른 능력자의 힘이라는 점에서는 영 마뜩치 않았지만, 언젠가 그 물건이 유용하게 쓰이리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 빛은 제법 아름다웠다. "...결혼 선물도 못 해줬네." 조금 풀이 죽은 토르의 웅얼거림에 로키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주기는커녕 선물을 받아왔네, 뭐."